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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서 활약하는 '언니'들의 뜨거운 가을밤

세계 무대서 활약하는 '언니'들의 뜨거운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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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라이빗커브 작성일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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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1일 '2024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무대에 오른 페기 구(Peggy Gou) 

"이렇게 무대에 설 때 저의 무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무대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에너지를 주셔야 저도 에너지를 주고, 여러분이 즐거워야 저도 즐겁습니다." (페기 구)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페스티벌 '2024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에 한국인 디제이 겸 프로듀서 페기 구(Peggy Gou)가 등장했다. 스포티파이 청취 5억 건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를 강타한 히트곡 'It Goes Like(Na na na)'가 울려 퍼지기 직전, 페기 구는 한국어로 관객들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제이 겸 프로듀서 페기 구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다. 올해에만 코첼라, 글래스톤베리, 후지록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연이어 출연했다. 한국인 뮤지션이지만, 지금의 세계적인 위상을 생각하면 페기 구의 공연은 슈퍼스타의 내한 공연과 다름없었다.

앞서 지난 7월 페기 구는 '보일러 룸'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공연이 취소됐다. 이날의 아쉬움을 풀기라도 하듯, 페기 구는 페스티벌을 방문하는 팬 1000명에게 '서울시 페기구', 'Peggy Who'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무료로 증정했다. 페스티벌 첫날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던 관객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시 페기구'는 올해 발표된 페기 구의 첫 정규 앨범 < I Hear Yo >의 수록곡이다. - 기자 말)

뜨거워진 댄스 플로어 

지난 10월 11일 '2024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무대에 오른 예지(Yaeji)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 페기 구는 특유의 하우스, 테크노 음악을 끊임없이 들려주며 잔디마당을 베를린의 클럽으로 만들었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로 구성된 댄서들이 페기 구 앞에서 춤을 췄고, 페기 구 역시 비트에 맞춰 절제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최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마다 지적되는 사운드 문제가 아쉬웠지만, 댄스 플로어의 열기는 뜨거웠다.
 

"푸른 바다보다 더 푸른 바다 같은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 'Starry Night(페기 구)' 중


페기 구는 공연 도중 같은 무대에 앞서 오른 두 아티스트를 위한 함성을 관객들에게 주문했다. 예지(Yaeji), 그리고 오드리 누나(Audrey Nuna)를 향한 함성이었다. 이날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 여성들의 날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페스티벌의 문을 연 주인공은 뉴저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래퍼 오드리 누나였다.

1999년생인 오드리 누나는 아시아계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레이블 '88 라이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드리 누나'에서 '누나'라는 단어는 한국어에서 따온 것이다. 현란한 랩실력과 포근한 보컬을 모두 겸비한 오드리 누나는 자신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도 진한 인상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ㅇㅋ' 와 같은 한국어 문구가 전광판 뒤에서 점멸할 때마다 환호성은 더 커졌다.

오드리 누나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주인공 역시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인 예지다. 예지는 미니멀한 하우스 음악과 힙합, 그리고 한국어 가사의 결합을 통해 세계 음악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은 아티스트다. 많은 사람들에게 디제이의 모습으로 알려졌지만, 예지는 이번 공연에서 단 한 번도 디제잉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뉴욕에서 선보인 '보일러 룸(Boiler Room)' 공연과도 양상은 크게 달랐다. 오히려 얼터너티브 팝스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예지는 지난해 발표한 앨범 < With A Hammar >를 상징하는 망치를 무대 위에 들고 분노의 감정을 표현했다. 첫 곡 'submerge FM'부터 마지막 곡 'booboo'에 이르기까지, 예지는 두 명의 댄서와 함께 과감한 춤을 역시 선보였다. 예지는 공연 말미 한국에서의 공연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날인 12일에는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 타이거는 이른 시간부터 열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밴드 붐의 주역' 중 하나인 실리카겔은 바로 지난주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 못 다 선보인 화려한 사운드를 뽐냈다.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럭키 데이(Lucky Daye)와 아시아계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조지(Joji)는 서로 다른 알앤비의 세계를 선보였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국내 밴드 글렌체크,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Corrine Bailey Rae) 등이 가을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영국의 2인조 듀오 혼네(HONNE)가 'DAY 1'을 부르며 가을 페스티벌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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